
멈
그럼에도
시끄러웠던 서부서 한태주 생일 파티가 끝이 났다. 2018년도였으면 상상도 못할 동료들의 축하에 괜히 마음이 몽글했다. 자신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버티고 깨지고 부셔지고 홀로 남았던 그때가 떠올라 울컥했다. 이제 괜찮아. 괜찮아, 여기가 현실이야. 그렇게 저를 토닥였다.
자연스럽게 동철의 차에 올라탄 태주는 경찰서 식구들한테 받은 선물들을 만지작거렸다. 주전부리 세트부터 손편지, 와이셔츠, 티셔츠 등 다양한 선물에 웃었다. 계속 볼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선물을 꼭 손에 쥐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계장님.”
“왜?”
“계장님은 선물 안 주세요?”
예전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자연스럽게 툭 뱉었다. 서울 놈, 선물 갖고 싶냐?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던 동철은 사택 근처에 차를 댔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거리, 한산한 도로, 엔진 소리도 꺼진 자동차 안,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로 다정한 눈빛. 오히려 태주가 시선을 피했다.
“아뇨,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생일 축하한다. 어디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
“마누라가 얼른 오라고 해서 먼저 간다. 서울 놈, 그거 잘 먹고.”
“네, 조심히 가세요.”
사람의 마음은 아주 이상해서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금방 지하까지 파고 들어간다.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저 같은 식구니까, 미운 정 고운 정 들어서 그런 거니까, 계장님은…….
울음을 꾹 참느라 손이 하얗게 질렸다. 그 어떤 날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한 생일은 눈물로 끝이 났다. 가정이 있는 상사를 좋아한다는 건 상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가 하는 걱정은 전부 동료로써 하는 건데 맘은 그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모르겠다. 잘난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없었다. 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건.
“태주야.”
결국 나를 보고 웃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멈(@banban__mumani)